Inohjudan

Hanbok designer

Seoul|South Korea

창덕궁의 오래된 돌담길을 걷다보면 이노주단의 작업실에 걸린 한복이 먼 발치서부터 눈에 들어온다. 낮은 돌담길은 이노주단의 단정한 공간으로 이어지는데 한 쪽 벽에는 한복의 소재가 되는 색색의 천들이 정리되어 있다. 한복은 치마와 저고리의 소재에서 시작해 주름이나 선, 옷고름의 형태에 따라 그 미묘한 멋이 달라진다. 비단의 빛깔이 곱고 화려하다면 면으로 만든 한복은 좀 더 은은하고 소박한 멋이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만큼 이노주단의 한복은 디테일 하나 하나에 시간을 들여 섬세하게 만들어 진다. 어떤 화려한 패턴의 천으로 만든 저고리라도 목을 감싸는 흰 깃과 우아하게 내려오는 옷고름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어떤 무게 중심 같은 것을 잡아준다.

 

 

어떤 계기로 한복을 시작하게 됐나요?
미국에서 양장을 공부할 때 영화를 많이 봤어요. 옷을 디자인 할 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조선 남녀상열지사 ‘스캔들’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는데, 거기에 나오는 한복이 평소에 접했던 한복과는 모양도 다르고 색이 너무 아름다워서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양장 공부를 다 해놓고 다시 한복을 시작하게 된거죠.

조선시대 중 후기 한복을 좋아해요. 16세기 때는 저고리 품도 크고 치마도 허리에 입었거든요. 저고리 길이도 길었어요. 그러던 것이 17세기 부터 그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면서 18세기 19세기에 와서는 굉장히 짧아져요. 저한테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 중간이 가장 아름다운 실루엣이에요.

한복의 전통적인 형태를 많이 참고하는 편인가요?
복원 작업을 하면서 한복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제일 처음에는 오래된 문헌이나 책을 다 뒤져서 똑같이 한 번 만들어 봐요. 얼마 전에 만든 배냇저고리*도 마찬가지에요. 옛날 방식 그래로 만들수는 없거든요. 복원 작업을 먼저 해보면 이 부분에는 이런 바느질법이 매력적이니까 바꾸지 말고 그대로 가야겠다라든지 어느 부분은 변형을 줘야 겠다라든지 알 수 있어요. 저고리도 다 그렇게 만든거에요. 선조들이 만들었던 한복을 헤치지 않으면서 제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을 찾아서 제 의견과 디자인이 들어간 한복을 만들고 있어요. 배냇저고리* – 아기가 태어나면서 처음 입는 깃을 달지 않은 옷이다. 보통 명주나 면으로 만들어진다.

 

 

면 한복과 실크 한복은 다르게 만들어지나요?
면과 실크 한복은 형태는 거의 같지만 아무래도 소재가 가진 성격 때문에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이 있어요. 색이나 패턴에 관해서도 정말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건 소재만 바꾸고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는 거에요.

저는 한복을 선으로 보여주는 옷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요. 면 소재로 한복이 갖는 선을 표현하는 것이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어요. 실크는 옛날부터 사용하던 소재니까 그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선조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전시켜 왔잖아요. 그런데 그 선을 면으로 표현하려니까 처음에는 많이 어려웠어요. 시행착오도 많았고 버린 옷도 많아요. 그렇게 일 년, 이 년,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는 것들이 달라요. 지금은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그 노하우들을 고이 모셔두고 있어요.

한복을 맞추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처음 한복을 맞추러 오시면 어떤 걸 원하시는지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먼저 원단을 보여주면 고정관념에 갇힐 수 있으니까 그 전에 한복을 맞추는 분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려고 해요. 그 얘기를 듣다보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거든요.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넓혀가고 있어요. ‘누에에게 미안해’는 한복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을 전통 바느질 기법인 조각잇기로 버리지 않고 작은 소품을 만드는데 쓰자는 프로젝트에요. ‘잊지 말기로 해’는 선조들의 지혜로운 바느질 기법을 잊지 않고 소개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에요.

작업실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작업실을 처음 봤을 때 궁을 이웃하고 있는 것이 좋았어요. 작업실 뒤에 있는 작은 창으로 보이는 곳이 창덕궁 비원이에요.

처음에 왔을 때는 정말 조용한 동네였는데, 이제는 주위에 점점 공사가 많아지고 있어요. 그래도 반대편은 궁이기 때문에 궁은 바뀔 수가 없거든요. 그 점이 여기가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이유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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