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HIPA는 스크린 프린터 클로디아 볼피가(Claudia Borfiga)와 모자 디자이너 리지 록(Lizzie Lock)이 인도의 전통 원단 프린트 기술인 다부(DABU) 방식으로 만드는 셔츠 브랜드다. 다부는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는 인도의 북서부 지역인 라자스탄에서 계승되어 온 전통 방식으로, 우연히 인도 라자스탄 지역을 여행하다가 눈에 들어온 건축의 전통 무늬와 도시의 화려한 색에서 영감을 받아 2015년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다. 지역 장인과의 협업을 거쳐서 만들어진 첫 번째 컬렉션은 손으로 깍아 만든 나무 블록이 원단의 무늬가 되어 CHIPPA만의 푸른 셔츠가 만들어졌다.
CHHIPA는 어떤 옷을 만드나요?
CHHIPA는 저희가 옷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수작업 프린팅 방식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적 결과물이 생깁니다. 첫번째 컬렉션에서는 ‘다부’라는 이름의 인도 전통 방식을 사용했는데, 점토 형판과 손으로 깍은 나무 도장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CHHIPA라는 이름은 이 ‘다부’라는 인쇄 기술을 사용하는 인도의 수공예 장인 집단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름을 발음했을 때 울리는 소리가 좋았고, 저희가 만드는 옷을 잘 표현해주기도 하는 단어라서 그대로 브랜드 이름이 되었습니다.
처음 계기는 인도에 여행을 갔을 때 다부 기술을 알게 되었는데, 이 인도의 전통 기술을 사용한 모던한 옷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우연히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무엇보다 런던에 있는 사람들과 이 방식을 나누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장 간편하고 좋은 방법이 저희 스스로가 다부 패턴으로 만든 옷을 입어서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부’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줄 수 있나요?
다부는 ‘부’라고 부르는 흙과 점토를 섞은 반죽을 기본으로 원하는 형태의 나무 블록을 사용해서 만드는 프린트 방식입니다. 흙과 점토를 잘 섞은 다음 톱밥 가루를 얇게 뿌려주면 점토 반죽이 더 쉽게 굳습니다. 천과 점토가 완전히 마르면 인디고 색이 담긴 커다란 통에 천을 담궈서 색을 들이고 한 번 말린 후에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그 뒤에 말리는 과정을 한번 더 반복하는데, 원단을 세탁하면서 천에 묻어있던 점토를 때어내면 점토가 붙어 있던 부분만 하얗게 남아 원단의 패턴이 되는 방식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두 번 반복해야 셔츠를 만들기 위한 천이 준비 됩니다.
‘다부’가 계승된 지역인 라자스탄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요.
라자스탄의 문화는 런던의 문화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너무 다르기 때문에 두 문화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애착이 갔어요. 라자스탄을 여행하면서 보게 되는 새로운 장소와 화려한 도시의 색은 정말 눈이 확 뜨일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건축에 사용된 색에 눈길이 갔는데 라자스탄 지역의 도시 JODHUR의 건물의 푸른색과 Jaipur의 분홍색 건물들은 저희가 살고 있는 집과 작업실을 다채로운 색과 모티브로 채우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원단 시장은 거의 중독될 만큼 너무 좋았고, 아름답고 영감을 주는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도시의 모습과 비교하면 저희가 만드는 셔츠는 심플한 편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본 것들을 간소화하고 선택하여 정말 좋아하는 색과 패턴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원래부터 패션 분야에 관심이 있었나요?
Claudia : 학생 때 원단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패션쪽 원단과 관계된 작업이었습니다. 후에 Angelo Marani, Giles Deacon과 John Galliano의 디자인 사무실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패션 쪽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항상 관심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Liz : 저는 아르데코를 공부했는데 대학교 2학년 때 모자 디자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에 Philip Treacey에서 인턴을 한 후, Vivien Sheriff에서 디자이너로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어요. 전통 방식을 사용해서 현대적인 디자인의 모자를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감촉(texture)이 있나요?
Claudia : 좋아하지 않는 텍스쳐를 말하는게 더 쉬울 것 같네요. 사포 같은 감촉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사포를 문지를 때 나는 소리도 싫어해요. 하지만 그 외에는 만지기 위해서 만들어진 소재가 아니라도 이것 저것 뭐든지 만져보는 걸 좋아해요. 얼마전에는 바르비칸(Barbican)에 있는 선인장 전시관에 갔었는데, 공간을 가득 채운 선인장의 가시를 하나 하나 모두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Liz : 저는 원단의 감촉을 좋아해서 하루 종일이라도 만질 수 있어요. 실제로 인도에 가서 그러기도 했고. 뭔가를 만져보는 것이 그 소재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선인장의 가시를 만져 볼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네요. (웃음)
계획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얼마전에 라자스탄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두번째 컬렉션을 위한 새로운 무늬로 도장을 만들고 오는 길이에요. 인디고 색상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지만 초록색과 회색을 이용해서 셔츠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색이 다르면 원단을 프린팅하는 과정도 달라집니다. 2016년 9월에 런칭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