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취향

Seoul|South Korea

서울 창경궁 건너편, 가든 타워라고 불리는 빌딩 일 층의 코너에 두 평 남짓한 ‘식물의 취향’이 자리잡고 있다. 원예가 박기철씨가 운영하는 가드닝 프로젝트 공간으로, 흰 벽에 걸린 곧은 선반과는 대조되는 식물의 짙고 가지들은 빈 허공에 어지럽게 선을 그리는 곳이다. 대부분이 관엽식물과 야생화로 그의 취향을 옅볼 수 있는 묘한 매력의 공간이다.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작은 식물에서부터 꽃, 커다란 식물의 디스플레이와 가드닝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식물에도 기본적인 형태가 있거든요. 그런데 원래 있던 장소의 환경이나 빛이 바뀌면 그 형태도 달라져요. 제가 식물을 봤을 때 더 자연스럽고 보여주길 원하는 형태로 식물을 재가공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분재의 느낌을 재해석하고, 식물 본연의 아름다움과 공간의 어울림을 생각하는 가드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유년시절을 경기도 이천에서 보냈어요. 자연풍경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환경에서 성장해서 그런지 나중에 도시에 살게 됐을 때 나무와 식물을 그리워하게 됐어요. 20대 때는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 일을 했는데 30대에는 식물과 나무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계획을 하고 있었거든요. 2011년에 광고회사를 그만두면서 경기도 이천에 유리온실을 지었어요. 그 공간을 개인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여러가지 저만의 경험을 쌓은 거죠. 순간의 즉흥적인 감각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싶었어요. 1년간 저에 대한 연구의 시간이었던 거죠.

야생화를 베이스로 관엽식물과 분재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어요. 야생화를 음이라고 본다면 관엽식물은 양으로, 음과 양의 조화로운 모습을 찾는 형태인거죠. 선적인 모습이 강하다고 생각되면 잎이 커다란 식물을 함께 구성해요. 야생화를 베이스로 관엽식물과 분재의 장점을 합친 것이 제 작업의 큰 틀인 것 같아요.

 

꽃보다는 식물로 작업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꽃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다음으로 미뤄두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제 개인적인 성향인 것 같아요. 꽃은 바로 지잖아요. 그런데 저는 아름다운 형태를 오랫동안 두고 바라보고 싶거든요. 언젠가 시드는 일시적인 꽃보다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식물 작업을 좋아해요. 계절에 따라 꽃을 피우고 또 꽃이 지면 열매가 열리는 그 과정을 보는 것도 좋아해요. 식물 디스플레이라는 것이 인테리어의 마지막 단계잖아요. 그리고 꽃을 꽂는 행위는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포인트를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제가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배경을 만들면 마지막으로 꽃을 꽂는 건 그 공간을 가진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가드닝은 어떻게 배우셨나요?
감각이라는 것은 배운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실천과 표현을 통해 발전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건 그 누군가의 풍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고 그 사람을 카피하게 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만의 경험을 쌓아 스스로가 좋아하는 느낌을 찾아가면서 혼자 원예를 배우게 된거죠.

[column column=”one-half”] [/column][column column=”one-half”] [/column]

 

지금 작업실 공간은 어떻게 찾게 되셨나요?

어릴 때부터 이 주변이 좋았어요. 서울 중심부에 있지만 궁이 있어서 풍경도 적적하고 호들갑스럽지가 않아요. 어느 날 지하철에서 내려 이 동네를 산책하다가 무심코 길을 건너는데 이 풍경이 보이는 거예요. 건물 사이로 남산 타워가 있고 그 뒤로 운현궁 양관으로 가는 쪽문이 보여요. 그런데 그 풍경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가 남산 타워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을 때였거든요. 그때부터 그 사진이 계기가 되어서 ‘언젠가 이런 분위기를 가진,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마음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후에 시간이 흘러 작업실을 찾으면서 다시 여기에 오게 됐어요. 예전에는 여기가 문구점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빌딩 매점이었거든요. 제가 원한다고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가게가 비기를 기다리다가 올해서야 이 공간을 얻게 됐어요. 너무 원하던 곳이라서 여기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거예요. 재미있는 건 이 건물 이름이 가든타워에요. 가든타워에 가드닝을 하는 사람이 들어오게 된 거죠. 작업실에는 가장 기본적인 선반만 있어요. 제가 하는 작업은 선의 유려함이 중요해서 실루엣을 잘 보이게 하려고 흰색 페인트로 벽을 칠했어요. 캔버스처럼요. 인테리어를 줄이고 디스플레이적인 요소를 강화해 식물 본연의 아름다움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photo © urbantype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