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유미 야마시타는 일본 카가와 현에 있는 조부모님의 오래된 가옥에서 도자기를 굽고 있다. 영국에서 현대 세라믹을 전공한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그녀는 일상에 사용되는 그릇을 만들고 있다. 그릇의 표면을 채울 흔적을 만들어가는 마유미의 도자기 위에는 그을린 반점과 옅은 푸름이 은은하게 남아있다.
“무늬가 있는 세라믹에서 나오는 파편들을 좋아합니다. 마치 색의 조각 같아서 버리지 않고 모아 항아리에 담아 놓습니다. 색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짙은 보라색이라든가 짙은 녹색과 같은 멋진색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렵지만 제 그릇에 원하는 색을 입힐 수 있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늘진 푸른 인디고는 바다 깊숙히에서만 볼 수 있는 색이라좋아합니다.”
영국에 가기 전에 의상을 공부했습니다. 일본에서 꽤 오랫동안 재봉일을 했었는데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져서 일을 그만두고 영국에 가게 됐는데, 그 때 떠나지 않았다면 절대 도예를 할 생각은 못했을 겁니다. 처음 영국에 갔을 때는 섬유 디자인을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되는 평면 작업이 지루하고 제한적으로 느껴져서 현대 공예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세라믹을 시작하면서 흙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이거야’ 같은 드라마틱한 순간은 없었지만 점차 세라믹 작업에 빠져들게 되어 자연스럽게 점토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뭔가를 꽤 늦은 나이에 타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자랐지만 영국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작업을 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생각합니다. 디자인, 테크닉, 소재, 컨셉에서 균형을 찾아가며 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Falmouth는 Cornwall에 위치한, 서쪽 끝에 있는 도시에서 살았었는데 사랑스러운 해변이 집 가까이에 있어 자주 산책을 했습니다. 아름다운 해안선이 몇 마일이나 펼쳐진 곳이어서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여기 저기를 목적 없이 걷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는데. 날씨가 정말 미친듯이 춥습니다. (웃음) 일본 전통 가옥에서, 그리고 오래된 물건들 사이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일본적인 것에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작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제가 만들고 있는 그릇에 스며들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릇들을 오래된 짙은 나무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잠시나마 제 작업이 그 이상의 것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을 행운으로 봐야할지는 제 작업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지켜보면 알수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업을 할 때 색의 조합을 찾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동시에 그런 부분이 제 취약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색에 있어서 Ukiyoe라고 부르는 일본의 목판화와 일본 천연 염색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색 바랜 회색이나 갈색을 좋아하는데 그릇이 구어졌을 때 그런 색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는 하지만 색과 색이 부드럽게 섞일 때의 느낌을 좋아합니다. 제 Pinterest에 ‘Colour’라는 게시판에 영감을 주는 색을 담은 사진들을 모아놓았습니다.
Kohiki 시리즈는 Kohiki라는, 흰색을 덧바르는 일본 도예 방식을 의미합니다. 붉은 색의 점토와 유약 사이에 흰 색을 덧바르는 방식입니다. 제가 만든 Kohiki 시리즈는 흰색은 아니지만 광택이 없는 유약을 바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전형적이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도예기법 중 하나입니다. 오래전에 중국의 사기그릇처럼 희고 깨끗한 그릇을 만들고자 했던 선조들이 하얀 흙이나 돌을 채취하지 못해 이렇게 색을 덧바르는 방식을 발견하게 된 것이 지금은 아름다움과 유니크함을 지닌 일본의 도예 기법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Kohiki 그릇은 시간과 쓰임에 따라서 표면이 바뀌는데 잔금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바뀌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시간에 의해 나타나는 변화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저도 굉장히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