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크룸바흐에 위치한 예배당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종교와는 상관없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불필요한 형식이나 장식은 배제한 채 구조물과 파사드 모두 나무로 지어진 예배당은 시골 마을의 이 고요한 풍경에 어떤 균형감을 실어준다.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따라가면 안개 사이로 천천히 그리고 희미하게 예배당의 모습이 드러나고 그 뒤로 풍성한 풍경이 이어진다. 200년도 더 된 옛 예배당이 있던 자리에 오스트리아 건축가 Bernardo Bader가 새로운 예배당을 설계했다. Bernardo Bader는 오스트리아 지역의 전통 목재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크놈바흐 예배당의 파사드는 사각형의 작은 나무 조각들을 겹쳐놓은 이 지역의 전통 건축 방식으로 지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빛을 받으면 목재는 색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이 예배당도 시간과 함께 무색을 띠게 된다. 가파른 지붕 위에 서 있는 가녀린 십자가만이 이 건물이 예배당이라는 사실을 재차 상기시켜 주고 그 아래로 이 건물에서 유일하게 나무가 아닌 육중한 금속 문이 이 작은 공간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문 양옆의 좁다란 창과 예배당 정면의 창을 통해 흰 공간 안으로 빛이 새어 나온다.
외부 파사드 보다 밝은색의 나무로 지어진 내부에서는 성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나무로 만들어진 의자가 단정하게 놓여 있고 그 앞으로 흰색으로 덧칠해진 성단이 놓여있다. 그 뒤로 작은 창을 통해 보이는 이 마을의 풍경이 보인다. 반대로 이 창을 통해 예배당 뒤로 들어오는 빛은 이 흰색의 성단과 옛 예배당에 있던 성모마리아상을 더 환하게 비춰준다. 이 한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이곳을 방문하는 타인의 마음에 평온과 함께 작은 반향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