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로 가득찬 온실이라는 공간이 일러스트레이터 Philippe Weisbecker의 ‘greenhouse studies’ 시리즈에서는 텅 빈 채 선과 형태만이 남아있다. 자를 대고 비죽하게 그려진 선들은 명확한 형태를 그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반복적으로 그어져 뭔가에 집중하는 행위에 더 가까워 보인다. Philippe Weisbecker는 한 권의 공책에 단 하나의 오브제만을 반복적으로 그린다. 단추, 신발 깔창, 무게를 재는 추나 칫솔 같이 – 아름답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용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물건들로 여전히 쓸모는 있지만 구식이 되어버린, 주위에 쉽게 존재하지만 너무 평범해 부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것들이다.
1942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Philippe Weisbecker는 파리 아르데코에서 실내 건축을 공부한 후 40년이라는 긴 시간을 뉴욕에서 보낸다. 뉴욕 타임즈와 뉴요커, 보그 같은 유명한 잡지에 일러스트를 그리던 그는 90년대 말 부터 잡지에 기고하는 그림보다 개인적인 작업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한권의 공책을 드로잉으로 가득 채운 작업이다. 2006년에 프랑스로 돌아온 그는 오로지 자신의 개인 작업 활동에만 전념하게 된다.